사랑방에서 소근소근/비처럼 음악처럼

서울대학병원을 오랫만에 들러 보니...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2. 14. 18:30
서울대학병원의 자리가 과거 창경궁의 부속건물인 함춘원 터였다는 것을 어제 처음 알았다.
병원 안에는 큰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어제 유심히 보니 그 나이가 만만치 않겠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조가 심었던 나무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인지는 모르나, 요즘은 오래된 큰 나무가 지난 세월 모두 지켜보고 묵묵히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전에 없이 경건해 짐을 느낀다.
사람의 일생은 몇 백년씩 묵은 느티나무와 비교한다면 하룻강아지 격이다.
금년 초에 킹스 캐니언에서 만났던 General Sherman 이라 이름을 붙이고 직경이 11미터니 어쩌니 하며 세계에서 제일 크다고 그들이 우기고 있는 나무 앞에서는 그 규모와 의연함에 할말을 잊었었다. 세계 제일이던 아니던, 그 기나긴 세월을 살아왔고, 앞으로 언제까지 살게 될지도 모르는 그 큰 나무와 나를 비교해보니 웬지 더욱 왜소해 짐을 어쩔 수 없었다. 시골을 가면 어느 마을에나 입구에 마을 주민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커다란 느티나무가 당산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 나무의 위치란 단순히 오래된 큰 나무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마을 사람들에게 주고있다. 여행 중 그런 나무는 수없이 만났지만, 그때 마다 느낀 것은 역시 그 나무들의 자태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나오는 늠름함, 여유로움이었다. 누구나 그런 나무 앞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자연에 비하여 미미한 존재이며, 사람 역시 자연의 한 부분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압도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최근에는 인간이 이런저런 개발을 앞세워 무분별하게 환경을 너무 파괴하고, 마구 파헤치며 자연을 망가뜨린 결과가 폭설, 폭우, 해일 같은 재앙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있다. 인간은 자연의 극히 일부분임을 모두가 깨닫고 겸손해 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