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2. 22. 18:01
어느새 팥죽을 먹는 동짓날이 되었다.
참 세월은 빠르다.
21세기가 시작되네 어쩌네 소란스러웠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7년을 맞고 있으니...
한 해를 보낼 무렵이 되면 누구나 지난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맞으며 계획도 세우고 마음으로나마 분주해 지기도 하는데, 올해엔 그런 느낌이 없이 한 해를 접고 있다.
하지만, 새해에는 몇 가지 일정이 정해졌다.
2월 말쯤 사내에서 사진 전시회를 가지려는 계획과 3월 말로 30년 끈질기게 근무한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게 되는 과정이다.
사진전을 열면서 30년 직장생활을 정리해 보려는 의도가 어떻게 남들에게 받아 들여질 지는 모르지만 어떤 결과가 되든, 그간 이런저런 기회로 사진에 담아 두었던 기록을 내다 걸어보고 싶은 것이다. 남들에게 솜씨를 자랑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후배들에게 반드시 해야 한다고,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하던 취미생활의 일부를 증명해 보이고 싶은 것도 사진전을 여는 이유 중에 하나다. 어쩌면 치졸한듯한 수준의 사진을 거는 것이 남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이 될지도 모르고, 누구라도 사진은 찍을 수 있는 것임을 보여 주는 것도 사진이라는 세계를 가깝게 해 줄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닌가 하는 욕심도 생긴다.
사진전에 걸을 글을 미리 적어보았다. 쑥스럽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어렴풋이 그려온 은퇴 기념 사진전이 내게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아직 사진을 스캔하며 고르고 있지만 서문을 적었으니 절반은 마친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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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을 열며

어느새 소리 없이 지나가 버린 30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틈틈이 찍어두었던 사진을 모아 사진전을 열게 되었다. 그간 많은 선배, 동료, 후배들과 함께 생활하며 느낀 것은 나는 복 받은 사람이란 것이다. 이제 그 많은 복 중 일부를 사진에 담아 걸 수 있게 되었다.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 준 동료 여러분과 회사의 배려에 감사를 드린다.
지나간 삶을 고스란히 사진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숨은 지원자인 아내, 가족, 주위 동료들의 너그러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준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한다.

사진분야도 아날로그 시대에서 순식간에 디지털 만능세대로 바뀌어 누구나 쉽게 사진을 가까이하는 시절이 왔다. 이런 기회를 통하여 추억거리를 좀더 멋지게 남기는 방법을 소개해 보고 싶었다.
아마추어의 솜씨이기에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를 해 주려니 하는 소박한 마음에 그간 찍었던 수많은 사진 중에서 일부를 골랐다. 사진이라는 세계를 소개하고, 누구나 관심만 있으면 바로 가까이할 수 있는 것이 사진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여겨져, 주변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소재를 다양하게 선택해 본 것이다.
사진활동이란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누구나 가까이 할 수 있는 취미임을 공감하고 싶은 것이다.

“정말 오래 근무하셨네요” 하는 것이 요즘 자주 듣게 되는 인사말이다.
법정스님의 글에서 옮겨온 내용으로 답변을 대신하려고 한다.


1959년 티베트에서 중국의 침략을 피해 80이 넘은 노스님이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에 왔었다. 그때 기자들이 놀라서 노스님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토록 험준한 히말라야를 아무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넘어올 수 있었습니까?”
그 노스님의 대답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왔지요.”
자신의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왔단다. 그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일도 이와 같다. 순간순간 한 걸음 한걸음 내딛으면서 산다. 문제는 어디를 향해 내딛느냐에 있다. 당신은 지금 어느 곳을 보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는가?


우리의 삶은 한 걸음씩 어디론지 향해 걷고 있다. 직장 생활 역시 목표를 세우고 한걸음씩, 하루씩 쌓아 가는 것이다. 사진활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장 한장 매 순간 집중해서 기록으로 남겨가는 것이 사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