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서 소근소근/비처럼 음악처럼

할아버지가 되고나니...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2. 21. 13:09
이번주 월요일 낮에 예정일을 앞당겨 세상에 나온 녀석은 나를 할아버지로, 온 가족 모두를 한 단계씩 승격(?)시켰다.
첫 출산에는 예정일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녀석은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었는지, 엄마에게 오랜 시간 진통으로 고생 시키더니 일찍 세상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나는 요즘 느리게, 천천히를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녀석은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내 잔소리를 듣게 된 셈이다.
주변에서는 축하한다고, 또는 할아버지가 된 것을 축하해야하는 거냐고 하면서도 부럽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아직 실감도 나지 않고, 얼떨떨한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큰 녀석이 태어 났을 때에도 지금과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나 하고 기억을 되살려 본다.

예전에 회사 후배들과 술 좌석에서 내가 했던 말은 내 아이들이 내가 살던 세상보다는 좀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되기를 원하기에 회사생활이나 가정을 이끄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던 생각이 난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실력을 쌓고, 외국의 동종사를 앞지르는 회사를 만들어야 하고, 여기 저기서 한 걸음씩 나아가면 결국 좀더 나은 세상을 이룰 수 있다는 소박하나 허황될지도 모르는 소망을 이야기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돌아보면 지금 회사는 우여곡절 끝에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규모로 성장을 했고, 나라도 많이 발전을 한 것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치판은 부끄럽기 이를데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있고, 부정과 부패는 더욱 고차원의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 학교 교육은 전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고, 교육정책은 더욱 한심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물론 나 하나 잘못으로 지금같은 세상을 녀석에게 넘겨주게 된 것은 아니겠지만, 생활 환경부터 어느 하나 예전에 비해 좋아진 것은 찾아볼 수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부모님세대의 생각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한다.
우선은 건강한 아이로 커 나가면서, 험난 하기만한 세상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조금씩 쌓아 가며 건전한 생각을 지닌 재목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