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오이스트라흐 (David oistrakh)가 연주하는 Beethoven의 Violin 협주곡 (앙드레 글뤼탕스 지휘, 프랑스 국립 라디오 오케스트라 협연) 은 1974년도 임관 후 군에 있을 시절에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수없이 들었다. 벌써 30년이 흘렀다…
그가 세상을 뜬 것이 74년도 10월24일이라고 하니 31주기가 이미 지났다. 당시는 우리나라에 카세트 테이프가 팔리기 시작했던 초창기로 기억이 되는데, 성음사에서 판매하던 것을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구식 일제 파나소닉 카세트 플레이어로 들었으니 물론 Mono였다.
얼마되지 않아서 삼성에서 포터블로 카세트+라디오를 군대 면세품으로 구입해서 조금 큰 스피커로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Dolby System도 들어가 있지 않았으니 원시적인 수준이었지만, 음질이 그저 좋기만 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우연히 가게에서 구입을 했었고, 연주가를 골라 들을 수준이 못되던 시절에 – 지금도 그때에 비해 실력이 향상되었다고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 다행스럽게도 그런 연주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머피가 잠시 외출을 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다른 연주가의 연주로 들어보면 어딘가 어색하고 나사못이 빠져있는 듯한 음색이나, 부자연스러운듯한 템포를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워낙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탄탄하고, 중심이 잡힌 듯한 연주가 좋다는 당연한 이유 + 같은 연주가의 연주를 계속 들었기에 귀에 익숙해 진 것임을 오랜 뒤에 이런 저런 기회에 방송을 통해서, 음악관련 잡지에서 알게 되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Spring) 을 전에 자주 들었던 예후디 메뉴힌과 빌헬름 캠프가 연주한 LP로 들어보면 따스한 봄날의 햇살과 평온을 실감 할 수 있으나, 다른 이들의 연주는 그렇게 감명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한다.
피아노 곡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오래전에 반 클라이번이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LP를 가지고 있었는데 - 8번, 14번, 23번 - 모두 유명한 곡이라서 다른 연주가의 연주로도 자주 들을 수 있지만 한동안은 다른 연주가의 연주가 퍽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피아노 곡은 높은 음 건반을 때리는 음이 탁한 음색이 나기 때문에 탁탁 판을 때리는듯한 음이 듣기 싫어서 멀리 했었다가 언젠가 반 클라이번의 연주를 들어본 이후 그러한 선입견이 완전히 지워지게 되어 피아노 곡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몇몇 유명한 연주가는 본인 전용의 피아노를 싣고 다니며 연주회를 갖는다고 하는데, 이미 세상을 떠난 글랜 굴드나 구 소련 출신의 블라드미르 호로비츠가 그러한 피아니스트이다. 언젠가 방송에서 호로비츠의 피아노를 쳐 본 해설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무심히 건반을 두들겨보았는데 그 피아노의 음이 바로 호로비츠가 내던 소리더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색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특색을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천재니까 할 수 있는 것인지도…클래식 음악에 대한 깊이도 별로 없으면서 지금도 연주가를 가리고 있는 것은 어쩐지 첫걸음을 잘못 들여놓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면서도 귀에 익숙치 않은 연주가의 연주를 듣게 될적마다 그러려니 하는 선입견이 앞서있으니 이런 것이 바로 프로와 어설픈 아마추어의 차이가 아닌가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