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나 남을 가르치는 신분을 지닌 사람이 삶의 보람을 찾는다면 무엇일까?
아마 후배 제자들이 성장해 가며 한몫하는 인물로 자리 잡는 것을 보는 것이 그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한다.
"음악의 자유인", 박인수 교수님에 대해서는 언젠가 방송에서 본인이 미국 뉴욕에서 무일푼으로 공부하던 시절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고, "향수"를 이동원과 불러 동료 성악인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천박한 대중가요를 불렀다는 이유로 그렇게 궁지에 몰리게 되었겠지만 (난 아직 천박하다거나 고상하다거나 하는 음악의 기준을 모르겠고, 정하고 싶지도 않다. 어떤 음악이든 듣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고,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이미 충분조건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음반이 130만장이나 팔렸다고 하니 금전으로라도 대신 보상을 받았을 것 같았다.
거룩한 성악을 하는 사람은 유행가나 팝송을 부르면 안되는 풍토... 어딜 가나 비슷한 배타적인 분위기를 많이 들어왔다. 순수함보다는 정치와 타협함이 훨씬 우세한 상황을...
어제의 연주는 놀라운 가창력을 지닌 후배들과 여유있게 다양한 곡을 이끌어 모든 것 잊고 푹 빠지게 해 주었다. 우리 나라에도 훌륭한 성악가가 아직 많이 숨어 있음을 확인하고 나니 웬지 뿌듯함을 느끼며, 밝은 내일이 그려졌다. 더구나 우리 가곡과 민요를 자랑스러워하며 가까이 하려는 성악인이 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으니...
남성 합창단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모처럼 방학을 맞은 아내와 더구나 곧 우리집 새 식구로 들어올 며느리 후보와 함께 할 수 있었으니 행복이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실감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리움을 나서며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차피 원하는 만큼은 채울 수 없는 급료수준을 조금만 스스로 낮춰 보면, 조금 싼 옷이라도 입어서 편하기만 하다면, 한 겨울 집안이 추워도 함께 사는 가족들이 서로를 감싸주려는 마음이 따뜻하다면, 아내가 차려 주는 소박한 밥상에서 숨겨진 사랑을 찾아낼 수 있다면, 명예나 지위가 조금 낮더라도 믿고 의지하고 밀어주는 선 후배가 주변에 있다면, 눈 덮힌 산속에서 나눠먹는 따끈한 라면의 맛을 되 살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행복해 질 수 있다.
아직 어제 듣던 힘찬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쟁쟁하고, 뜨거웠던 열기가 가슴에 가득한 지금도 행복을 느끼고 있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