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은 내몸에서 제일 변방에 머물고 있는 부속품이라 그간 너무 소홀히 대했음을 항변하려는 것이었을까 집 현관 중문에 스스로 투신(?)하여 골절상을 입었다. 50년 넘게 살면서 지금까지 병원에 가서 받은 수술이란 기껏해야 고등학교시절 표본 보존용 방부제인 포르말린 냄새 풀풀나는 생물반에서 상처난 손으로 수서곤충을 분류 하느라 물을 계속 만지다가 속으로 곪아, 째고 고름제거 수술을 받은게 전부였다. 그건 수술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손질한 그런 정도의 치료였는데, 이번엔 깁스 까지하게 되었으니 대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동네 장** 정형외과 원장 아저씨 (이젠 더 이상 그를 의사라 인정하고 싶지 않다.)의 진단 결과에 따라 깁스를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발 바닥만 덮는 반 깁스) 하고 절뚝거리며 며칠 심한 몸고생, 마음고생을 많이했다. 새끼 발가락 우습게 알다가는 최악의 경우 신경이 잘못되어 통증이 심해져 절단 수술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식의 협박(?)으로 순진하게(?) 물리 치료까지 받으러 가는 순정파(?)가 되었다.
새끼 발가락 끝마디 골절상에 물리치료를 받아라 !!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러워 결국 보라매 병원에서 재 진단을 받고 나니, 결론은 동네 외과의 재정상태 개선을 위한 희생양이 될뻔 했다는 것이었다.
보라매 병원 담당의사의 질문 "그게 어디있는 병원입니까? 골절상에 무슨 물리 치료를 받으셨나요? 이해가 안되네..." 였으니, 남극 과 북극을 동시에 드나든 꼴이 된것이다.
"아하!!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려는 거였구나."라는 단순하고도, 자연스러운 교훈을 그간 무시 당했던 발가락이 가르쳐준 셈이다.
전에는 심각한 상황하에 큰 수술을 받거나, 특수 장비를 동원해야할 경우가 아니면 큰 병원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믿고 있었는데,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으로 드러나고나니. 졸지에 관념하나를 지우게 된것이다. 남들이 왜 그러는지 그들의 사정을 우선 알고나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자는 것을...
고정관념 부수기 작전에 발가락까지 동원해야 하는걸 보면 관념은 난공 불락의 아성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