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 수록 가는 세월의 속도는 빨라진다고 하는데, 새해 들어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묵은 필름을 스캐닝하면서, 지나온 시절을 되돌리기엔 역시 사진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찍었기에 장면마다 대부분 기억이 되살아 나기도 하고, 작은 사진으로 보던 것을 모니터로 확대해서 밝게 보니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오래전 사진은 어느 집이나 그렇듯이 애들이 주된 모델이고, 백일, 돐, 유치원, 초등학교 행사에 참석해서 남긴 기록이 대부분이다. 사진으로 보관하고 있던 것은 색이 많이 바랬고, 또 사진이라는 작은 틀에 담겨있기에 요즘 많이 쓰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모니터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많다. 낡은 필름도 스캐너에 부속된 소프트웨어가 싱싱한 사진으로 되살려 모니터에 올려 주니 훨씬 실감이 나게 된다.
어젠 감기의 습격 덕분(?)에 출근을 안하고 종일 방에 갇혀서, 더부룩한 장발머리로 애들하고 찍었던 사진을 뒤적여 보며 스캐너가 들려 주는 옛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감기에 점령 당해 몸은 괴로웠지만, 마음은 잠시나마 아주 젊어질 수 있었다. 우리 몸과 마음도 필름처럼 시간을 정지시켜 잡아 두는 비법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는 묘약을 기대하고, 어른들은 젊음을 붙잡아 머물고 싶어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점점 빠르게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살다가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말 것만 같은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이 사진 속의 단풍 잎처럼 사그라질 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니 아직 마음만은 청춘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