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이라는 의사가 쓰는 글에는 남다른 호소력이 있다. 평론가들처럼 의식적으로 어려운 낱말을 골라 쓰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수준의 단어와 알아보기 쉽게 쓰려는 흔적이 뚜렷한 의학용어가 친절하게 느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단지 허물을 벗고 이 세상에서 벗어나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죽게 될 때 마지막 남은 이 몸뚱이를 어떤 방법으로든 세상과 나눌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지금껏 세상을 살면서 남에게 이로운 일도 변변히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나마 뭔가를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내 작은 녀석은 언제부터인지 장기기증증서를 지갑에 넣고 다닌다. 어떤 동기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런 면에서는 나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자신의 유언장을 미리 써보면 어떻더라 하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고, 그런 내용을 엮어서 만든 책도 있다. 대부분 본인의 시신은 어떻게 해달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화장을 해서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원하고 있다. 화장을 할 바에야 몸의 일부분이라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고 가는 것도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의미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는 의사로 생을 마치면서 본인의 시신을 기증하려 하던 분이 계셨는데, 자식들이 거부해서 마지막 소망을 이루지 못하셨다. 죽고 나면 내 몸뚱이마저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라고 실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내 몸뚱이를 내 원하는 바 대로 처분하게 될까?